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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잘 버텼다

오월은 어떤 달인가?_퇴사를 결심한 후

by 이지인 2021. 5. 13.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어린이는 아니지만 여전히 나에게 오월은 푸르고, 내가 자라는 계절이다.

 

그래서 오월은 1년 중 기다려지는 달이기도 하고,

어느새 따듯해진 밤바람이 반가워지는 달이기도 하다.

 

 

 

5월이 나에게 자라는 계절이라고 한 이유는 이번 5월에 퇴사를 결심했기때문이다.

이번 퇴사는 자발적 + 비자발적 두 가지의 이유로 좀 복합적인 퇴사다.

 

그리고 돌아오는 6월 5일이 나의 마지막 출근 날이 되었다.

 

2년동안 함께 했던 직장 동료들과도 애증이 많이 쌓였다.

다행히도 애가 더 많은 쪽이라 2년을 버틸 수 있었다.

 

힘들었지만, 보람을 느낀 순간들도 있었고

즐거웠지만, 당장 다 때려치고 싶었던 순간들도 분명히 있었다.

그렇게 어찌어찌 버텨 온 시간들이 스치니까

울컥하는 감정들이 올라오는데 우는 건 안하기로한다.

 

 

 

'퇴사'가 자라는 계절인 '성장'과 어떤 연관이 있냐 묻는다면,

연관이 있다기보다는 연관을 시키고 싶은 쪽에 더 가깝다.

 

퇴사를 해서 오는 성장이 아니라

퇴사 후에 내가 나 좀 괜찮은 사람이라고 안아주고 인정 해준 후에

진짜 자신감을 가지고 재취업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연관이다. 

 

인정이 뭐길래

내가 나를 인정하는게 왜 그렇게 어려울까?

그냥 좀 모자라도 그대로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이 아직은 어렵다.

에쁜 것만 사랑하고 싶고, 완전한 것 만 가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익숙해서

내가 나를 인정하기 싫어졌다.

 

 

그런 밤이 잦아지는 때가 오면

이런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자기혐오로 번졌다.

 

자기혐오는 생각보다 힘이 큰 녀석이다.

끝없이 나를 갉아 먹고

내 부족한 부분과 모난 부분만 남겨 놓고 떠난다.

 

그렇게 나는 매일 찢어지고 빵꾸난 마음들을 겨우 이어붙인 채로 

출근해서 퇴근한다.

 

 

이제는 곧 퇴근이 아니고 퇴사다.

 

퇴근 후에는 지친 몸과 마음때문에 우울 스위치가 쉽게 켜져서

나를 갉아 먹는 자기혐오에 당하기만 했지만

 

퇴사 후에는 정말 내 생각만 하고 싶다.

그렇게 내 생각만 주구장창하다 보면.. 어떤 부분은 인정해주고 싶은 하루도 생기지않을까?

 

아직 구체적으로 퇴사를 하면 하고싶은 일은 없다.

코로나시국이라 쉽게 떠나지 못하는 처지고,

돈도 별로 없다.

 

그냥 이렇게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쓰고 싶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따릉이도 타고 싶고,

책도 많이 읽고 싶고,

질릴때까지 우리 할머니 얼굴도 보고싶다.

 

적어놓고 보니 아주 바쁜 하루하루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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