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인은 새로 태어난다.
세수를 해도 지워지지 않는 방수 눈썹과 함께...
원래 내 눈썹은 숱이 적고 모 자체가 가늘다.
내 눈썹의 역사는 우리 할머니, 아버지의 눈썹만 봐도 모든 걸 알 수 있다.
이 뿌리깊은 역사의 옅은 눈썹으로 웃긴 에피소드들도 많고 나름의 내 트레이드 마크여서 나쁘게 생각한적은 없다.
실제로 어렸을때 별명이 모나리자였던 적도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모나리자 눈썹은 살면서 크게 불편한 것은 없었지만,
성인이 되어 화장한 내 얼굴만 사랑하게 된 나는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여자는 화장 안 한 맨얼굴로는 집 앞 편의점도 못 가는 그 시절이 바로 내 스무살이었기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눈썹을 그려야만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아 귀찮아
맞아 귀찮다.
뭔 편의점에 가는데 눈썹을 그리냐
편의점 알바분은 내 마음도 모르고 인사, 바코드 삑, 계산, 인사를 하는 15초가 전부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이상하지만 그때는 옅은 눈썹인 내 맨 얼굴이 창피하게 느껴져버렸다.
대학생때는 취직하면 하고 싶은 일에 눈썹문신을 꼽았고, 취직 후 1년차 말에 첫 눈썹문신을 했다.
맨 얼굴에도 지워지지않는 새 눈썹은 정말 신세계였다.
이제 편의점은 세수만 해도 나갈 수 있다 !
야호 방수 눈썹이다 !!
그러나 이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직딩 1년차 이지인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풀 세팅 화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방수눈썹이 생겼어도 내 소중한 아이라인과 볼터치를 지키느라
여전히 맨얼굴 외출은 쉽지 않았다.

아 귀찮아
어느 날 아침
눈썹 그리기만 빠진 채 바뀐 것 하나 없는 화장이 귀찮아졌다.
맞아, 나는 고작 편의점에 쉽게 가려고 큰 돈주고 눈썹문신을 하게 된게 아니다.
직장에서는 눈썹문신한 맨얼굴도 충분했고, 그 누구도 내 맨얼굴에 대해 불쾌하다고 느끼는 이는 없었다.
이런 가성비 떨어지는 짓을 1년이나 하고 있다니
깨닫고 나니 더 이상은 이 짓을 참을 수 없었다.
맨얼굴 출근이라해도
깔끔하게 세수한 얼굴+방수눈썹+촉촉한 로션+썬크림+ 립밤 조합으로 내 피부장벽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었으니 두려울것은 없다.
출근 할 땐 풀화장을 고수하던 이지인은 반 자연인 상태가 됐다.
(눈썹문신을 했으니 자연인은 아니다 ㅋㅋㅋ)
4년차인 현재도 풀화장을 하고 출근하는 일은 손에 꼽는다.
여름도 이젠 두렵지 않다.
땀이 나면 손으로 닦을 수 있고, 세수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며, 선크림도 덕지덕지 바를 수 있고, 화장이 지워질까봐 꼭 가지고 다녔던 파우치는 필요 없어졌고, 거울을 보는 일이 줄어서 자존감이 올랐다.
눈썹문신을 하고 나서 바뀐 변화가 마음에 든다.
옅은 눈썹인 나보다 짙은 눈썹의 내가 좋다는 의미보다는
맨얼굴인 짝 눈이랑 웃을 때 생기는 미간 주름도 좋아하게 됐고, 남자친구가 내 볼을 잡아먹어도 화내지 않아도 되는
내 변화가 좋다는 뜻이다.
눈썹문신은 내게 새로운 의미로 성장을 가져다주었다.
단순히 화장하는 노동의 수고를 덜어준게 아니다.
이제 새 눈썹문신을 할 때가 왔다.
다시 방수 눈썹하러 가야지
이번 글은 눈썹문신후기보다는 눈썹문신으로 생긴 나의 변화와 성장에 대한 기록이다.
눈썹문신후기가 궁금하다면
진짜 내돈내산한 다음 글쓰기를 참고하면 더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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